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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5

by 물안개(권영미) 2008. 2. 24.
 

 2007년 3월2일 금요일 (오전11시~16시 비)

 

비가  멎었다. 어제 젖은 등산화등 옷들이 아직은 덜 말랐다. 이침식사를 하고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보았다.파라다이스호텔은 지금까지 어느 호텔보다 이름대로 주변배경이 아름다웠다.

 

탈을 출발하는 시간 오전7시30분 이어지는 강을 왼쪽으로 끼고 한참을 또 걷는다.계곡의 산행은 지그자그로 다리를 건너고 건너오고 한국에서의 계곡산행도 그렇지만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리를 건너 찻집에 들렸다. 또 비가 오기 시작한다.찻집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은 수력발전소가 있었고 계곡도 깊었다.그 강 계곡에 붙어있는 찻집에서 항상 마시는 차이지만 밀커피에 불랙커피등 시켜서 마셨다. 불랙커피보다 밀커피가 조금 비싸다..공동경비로 지불하는 것이라 남보다 비싼걸 먹으면 웬지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밀커피가 좋으니 밀커피로 마셨다. 힛~

 

다시금 비를 맞으며 DANAQUE(다나크)에 도착했다.(12시)점심시간이다.포터들이 부엌에 들어가서 점심준비에 부지런히 돕는가보다.이제나 저제나 나오나하고 기다리던 동안에 해가  반짝 난다. 포터에게 말해서 짐속에 옷걸이를 꺼내고 어제 젖은 옷을 널었다.5분도 안되어 다시금 비가 내린다.

 

에잇~괜한 짓을 했나부다 하고 다시 걷어들였다. 그리고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보았다. 부엌은 그래도 장작불로 음식을 하니까 훈훈하다. 그래서 부엌에 옷을 걸었다. 포터들은 부엌 장작불을 떼는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몸을 뎁히고 있었다.

 

나도 한다리 끼어 따듯한 장작불 앞에 앉았다.그들이 노래를 한다.

 - 렛삼 삐리리 렛삼 삐리리  우레라 장키 달라마 환장 렛삼 삐리리 ♬~-

 

발음이 잘 안되지만 웅얼거리며 따라 불렀다.그리고나서 나도 그들에게 노래 하나를 가르쳐주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불렀던; 발음하기 쉽고 짧은 노래로

빈니빈니 반나반나 따룻싸 따룻사데이~빈니빈니  반나반나 따룻싸 따룻싸데이~~♬ ...........

모두 재미있어하며 잘 따라부른다.

 

그렇게 모닥불 아닌 장작불 난로 앞에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는 아주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반면에 밖에 식탁에선 모두 점심이 늦은 탓에 짜증나는 얼굴을 하고 있다.

거의 2시간을 기다려서야 식사가 나오고 먹는 시간은 20분이다.

 

 오후2시20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오늘밤 묵을 티난으로 향했다.얼마 안가서 시꺼먼쓰 청년들이 씩씩하게 말을 타고 달려온다.처음엔 먼일인가 싶어서 깜짝 놀랐다. (말을 달리는 스피드에 놀라서) 

 

계곡을 오른쪽으로 두고 한참을 걸었다.이번엔  어린아이가 대단히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막길을 올라오는데..다리가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게되었다 .어찌나 마음이아프던지..엄마는 옆에서 가벼운 짐을 들고 장래 포터가 되기위한  훈련쯤이라도 시키는건가?

 

혜수씨부부도 옆에서 지켜보더니 내마음과 같았나보다. 얼른 그 아이에게 먹을 것을 건네준다.나는 마침 배낭에 있던 사탕등을 다아 먹고 없었을 때이라  주지는 못하고 마음으로만 동정했다.

 

너무나도 안스러웠던 그 사내아이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언제 이 지구촌에 어린이들이..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잘 살 수 있을까...그런 생각을 해본다.

 

서서히 비가 멎어간다.다나크를 떠난 지 2시간30분이 지났다. 시야에 설경이 들어선다.. 모두 와~~하고 소리친다.  이제 우리가 묵을 티난에 도착했기 때문이다.(16시20분)

비가 멎으니 여기저기 산등성으로 산봉우리로 구름이 걷혀가고 있었다.로얄가든호텔이라는 간판이 써져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2층으로 되어 있었고  우리는 1,2층으로 나누어 방 배정을 받았다.방에서 내다보이는 풍광은 백설로 너무 아름다웠다.아직은 구름에 가려져있는 산봉우리들..가까스로 저멀리 우뚝솟아 있는 봉 하나만이 저녁노을에 젖어 황금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이름하여 "마나슬루"라한다. 아~ 말로만 듣던 마나슬루 봉이 여기서 볼 수 있다니 모두가 신나서 사진을 찍고 난리났다.

 

방으로 들어갔다. 짐을 풀고 1층에 있는 용수씨방으로 내려갔다.몇몇이 모여서 또 오늘의 긴여정의 뒷풀이를 하고 있는데..밖에서 마나슬루가 달에 걸려 너무나도 아름답다하니..모두 달려나갔다.

정말 그랬다 .마나슬루 봉 왼쪽으로 달이 걸려있다.아~~ 너무나도 기막힌 장면이 아닐 수 없다.이런 행운에 감사하며 지금까지의 피로가 한방에 날아가는 듯했다. 

 

저녁을 먹고 내방으로 돌아왔다.창문이 세군데나 있어 밤새춥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침대는  2개 하나는 카고백을 얹어놓고 창쪽에 침대에 누었다.창문밖으로 산봉우리가 보인다.그 산등성위에 반짝이는 별들이 수를 놓고 있었고..그런 황홀감에 젖은 탓이었을까?잠시 잠자리에 들어서니 꿈에 돌아가신 엄마가 나타났다.

 

깨어난 나는 창밖의 산등성의 별들을 올려다보며 눈물 지었다. 엄마가 그리워진다.더 오랫동안 꿈에서 깨어나지 말걸...그렇게 아쉬워며.. 산등성의 별들을 올려다보니 아까 그곳에 있었던 별이 저멀리 이동했다.어머 웬일일까?그렇지.. 지구는 돌고 있다는 것을 순간 생각을 못했다.

 

하얀 밤...그리운 밤...티난에서의 밤은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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